정비보다 더 힘들었던 건 ‘설명과 기록’이었다
경기도 외곽에서 중형 카센터를 운영하는 A사장은 하루 평균 15대 이상의 차량을 맞이한다. 엔진오일 교체처럼 빠르게 끝나는 작업도 있지만, 브레이크 소음이나 경고등 문제처럼 설명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문제는 정비가 끝난 뒤였다. “이건 왜 교체해야 하는지”, “지금 안 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다음엔 언제 점검해야 하는지”를 매번 말로 설명하다 보면 같은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하게 된다. 말은 했는데 고객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신도 들지 않았다. 게다가 바쁜 날엔 정비 기록조차 간단한 메모로 남기고 넘어가다 보니, 재방문 고객이 왔을 때 기억이 흐릿해지는 경우도 잦았다. A사장은 이 반복되는 ‘정리되지 않은 일들’이 생각보다 큰 피로로 쌓이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AI를 처음 써본 계기는 아주 사소했다
AI 활용은 거창하게 시작되지 않았다. A사장은 어느 날 “엔진오일 교체 후 고객에게 문자로 보내줄 안내 문구를 좀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비슷한 내용을 보내지만 매번 직접 타이핑하기엔 귀찮고, 너무 짧으면 성의 없어 보였다. 차량 상태와 교체 이유를 간단히 적고,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설명문을 만들어달라고 AI에 요청해봤다. 결과는 예상보다 자연스러웠다. 전문 용어를 남발하지 않으면서도 왜 교체했는지, 다음 점검은 언제쯤 필요한지까지 정리돼 있었다. 그날 이후 A사장은 AI를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 옆에서 말 정리를 도와주는 직원처럼 쓰기 시작했다.

고객 설명이 바뀌자 반응이 달라졌다
정비 내용을 설명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고객의 지식 수준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어떤 고객은 차량 구조를 잘 알고 있고, 어떤 고객은 엔진오일과 미션오일의 차이도 헷갈린다. A사장은 AI를 활용해 같은 정비 내용이라도 설명 버전을 나눴다. “차에 관심 없는 분에게 설명하는 버전”, “운전에 익숙한 분에게 설명하는 버전”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 패드 교체의 경우, 단순히 ‘마모됐다’가 아니라 “지금 상태로 두면 제동 거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식으로 풀어 설명했다. 이런 설명을 문자나 출력물로 함께 전달하자, 고객의 질문이 줄고 결정도 빨라졌다. 설명이 잘 되니 불필요한 오해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견적서와 기록 정리는 AI가 가장 잘 도와주는 영역이었다
카센터에서 견적은 늘 민감하다. 같은 금액이라도 설명이 부족하면 비싸게 느껴진다. A사장은 AI를 활용해 견적서를 단순한 금액표가 아니라 ‘이해용 문서’로 바꾸기 시작했다. 부품 교체 이유, 현재 상태, 교체하지 않을 경우의 가능성 등을 짧은 문장으로 덧붙였다. 또 차량별로 정비 이력을 요약해두니, 몇 달 뒤 다시 방문한 고객에게 “지난번에 이 부분을 점검했고, 지금은 이 부분을 보는 게 좋다”고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었다. 이런 흐름은 고객에게 ‘이 정비소는 내 차를 기억하고 있다’는 신뢰를 만들어줬다.
단골 관리가 훨씬 체계적으로 바뀌었다
AI 활용이 본격적으로 도움이 된 건 단골 관리였다. A사장은 예전에는 “다음에 오일 교체할 때쯤 다시 오세요” 정도로만 말하고 끝냈다. 하지만 AI를 활용해 주행거리 기준 안내 문구, 계절별 차량 관리 팁, 간단한 점검 알림 메시지를 미리 만들어두었다. 그리고 상황에 맞게 조금씩 수정해 고객에게 전달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광고가 아니라 ‘관리 알림’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문자 보고 생각나서 왔다”는 말이 종종 들리기 시작했다. AI는 고객을 붙잡는 화려한 마케팅 도구라기보다, 관계를 잊지 않게 도와주는 메모장 같은 역할을 했다.
직원과 함께 일할수록 AI의 가치가 커졌다
직원이 있는 카센터에서는 설명 방식의 통일이 중요하다. 같은 정비라도 직원마다 설명이 다르면 고객은 혼란을 느낀다. A사장은 AI를 활용해 기본적인 고객 응대 문구와 정비 설명 예시를 정리했다. 신입 직원에게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 된다”는 기준이 생기니 교육 시간이 줄었고, 직원도 부담이 덜했다. 무엇보다 사장 혼자 모든 설명을 떠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컸다. AI로 만든 기본 틀 위에 각자의 경험을 더하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AI는 정비 기술을 대신하지 않는다
A사장은 AI를 쓰면서도 한 가지 원칙은 분명히 했다. 판단은 사람이 한다는 것이다. AI는 어디까지나 문장 정리, 기록 보조, 안내 문구 생성까지다. 차량 상태를 진단하고, 교체 여부를 결정하고, 책임지는 건 여전히 정비사의 몫이다. 그래서 오히려 AI 활용이 정비사의 전문성을 가리지 않고, 더 또렷하게 드러내준다고 느꼈다. 반복적인 설명과 정리에서 벗어나 진짜 중요한 판단에 집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카센터 같은 현장 업종일수록 AI는 현실적인 도구다
A사장은 지금도 AI를 ‘혁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다만 “안 쓰면 괜히 더 바쁜 도구”라고 말한다. 카센터처럼 손으로 하는 일이 중심인 업종에서도, 말과 글로 정리해야 할 일은 계속 늘어난다. AI는 그 틈을 메워준다. 정비소의 분위기를 바꾸거나 일을 대신해주진 않지만, 하루를 조금 덜 지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작은 여유가 결국 서비스의 질과 고객 신뢰로 이어진다. A사장은 AI를 도입한 이후, 일은 여전히 많지만 정리는 훨씬 쉬워졌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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